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에 늘 고민이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여름철에 악취와 벌레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일부 가정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얼려 보관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냉동실에 보관하면 세균 번식이 심해 몸에 해롭다”라는 인식도 있어, 과연 이것이 정말 사실인지 의문을 품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보관하는 행위로 냉동실안 세균이 49배나 급증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제대로 밀폐하여 보관하고, 이후 폐기 시 주의한다면 크게 문제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세균 49배 번식’ 어디서 나온 말일까?
최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논문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보관하면 세균(노로바이러스)이 최대 49배 증가한다”라는 식의 내용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의 출처를 살펴보면, 실제 공신력 있는 학술지의 논문이 아니라 2016년 3월 KBS1에서 방영된 교양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577회)>에서 언급된 실험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명: 생로병사의 비밀 (577회, 2016.3.30 방송)
- 해당 부분: 약 47분 38초 전후
- 측정 수치: 냉동실에 보관된 음식물 쓰레기에서 일반 기준치(200 RLU)의 49배(약 9,838 RLU)의 세균오염도가 확인되었다고 언급
실험 방법상의 변수: 밀폐 여부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보여준 장면(프로그램 링크 바로 가기)을 다시 살펴보면, 음식물을 밀폐 용기에 담지 않고 냉동실에 그대로 보관한 모습이 나옵니다. TV 화면 속 음식물 쓰레기는 별도의 뚜껑 없이 봉지 형태로만 넣어져 있었습니다.
이처럼 밀폐되지 않은 채 보관한다면, 다른 식재료나 냉동실 내부와 접촉하면서 세균 교차오염(Cross-contamination)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냉동 상태라 해도 미량의 온도 변화나 냄새, 액체 등이 나오면서 각종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밀폐 용기나 전용 냉동백에 꽉 밀봉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면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냉동 환경(-18℃ 이하)에서는 세균이 활발히 번식하지 못합니다. 물론 냉동이 ‘세균을 완전히 살균’하지는 않지만, 급격한 저온 상태에서는 세균 번식 속도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교차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면 세균 증식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어듭니다.
냉동 보관과 세균 번식, RLU 측정의 실제 의미

KBS 〈생로병사의 비밀〉 프로그램에서 “냉동실에 음식물 쓰레기를 함께 보관했더니, 기준치(200 RLU)의 49배(약 9,838 RLU)가 나왔다”라는 내용은 냉동실 내부가 심하게 오염되었다는 의미입니다. RLU(Relative Light Units)는 ATP(아데노신삼인산) 측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유기물·미생물이 존재하는지를 나타내는 오염 지표일 뿐, 세균이 실제로 49배 폭증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냉동실(-18℃ 이하)에서는 대개 세균이 번식하기 어렵지만, 밀폐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식품과 접촉해 교차오염을 일으키면 RLU 수치가 높아집니다. 또한, 노로바이러스 같은 일부 병원성 미생물은 냉동 상태에서도 완전히 죽지 않고 옮아갈 수 있으므로, 쓰레기를 냉동실에 두고 싶다면 꼭 밀폐 용기를 사용하고, 다른 식품과 분리해 보관해야 안전합니다.
얼린 음식, 다시 먹는 것은 안전할까?

TV 프로그램에서도 언급된 노로바이러스는 특히 겨울철에 많이 발병하는 식중독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저온에서도 생존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만약 음식물이나 식자재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상태라면 단순히 얼려놓았다고 해서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은 끓이거나 고온처리를 통해 사멸시키지 않는 이상 재섭취가 안전하지 않으며, 이미 냉동실에 들어간 음식물 쓰레기는 해동 후 재사용(혹은 재조리)해 먹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원칙은 대부분의 식중독균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냉동실에 넣은 음식물 쓰레기는 ‘다시 먹으려고’ 보관하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해두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냉장고 보관은 어떨까?
냉장고는 일반적으로 4~5℃ 안팎의 온도를 유지하기에 상온보다는 세균 증식 속도가 느리지만, 냉동고(-18℃ 이하)에 비해서는 훨씬 빠르게 세균이 늘어납니다. 특히 이미 한 번 조리된 음식 찌꺼기와 식재료가 뒤섞인 음식물 쓰레기는 세균의 영양원이 풍부하여 냉장 상태에서 오랜 시간 보관하면 쉽게 부패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냉장보다는 냉동 상태로 보관할 것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안전수칙을 지킨다면 ‘음식물 쓰레기 냉동 보관’ 무관하다
정리하자면,
- ‘49배 세균 번식’ 주장은 공신력 있는 논문이 아닌 TV 프로그램 실험 결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해당 실험에서도 밀폐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된 음식물 쓰레기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 냉동실에 보관한다고 해서 세균이 49배 증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 오히려 냉동은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환경을 제공하지만, 냉동 전후 과정에서의 오염이 문제입니다.
- 노로바이러스 등 일부 병원성 균은 저온에서도 사멸되지 않으므로,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섭취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보관할 때는 반드시 냄새 차단 및 교차오염 방지를 위해 밀폐 용기(또는 전용 냉동백)에 넣어 보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냉동실 내 위생 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악취나 벌레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추가 팁: 가정에서의 음식물 쓰레기 위생 관리
- 밀폐 용기 사용: 뚜껑이 달린 용기 또는 지퍼백 등에 꽉 밀봉하여 냉동실에 넣습니다.
- 전용 보관 구역 확보: 다른 식품과의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냉동실 안에서라도 음식물 쓰레기만 보관하는 공간을 분리합니다.
- 냉동고 온도 점검: -18℃ 이하 유지가 중요한데, 가정용 냉동고가 꽉 차 있거나 문 열림이 잦으면 실제 온도는 -18℃보다 높아질 수 있습니다.
- 폐기 주기 단축: 음식물 쓰레기를 오래 두기보다는, 가능하면 2~3일 간격 혹은 일주일 단위로 종량제 봉투 등에 옮겨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 노로바이러스 주의: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했다면, 식사나 조리도구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맺음말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보관하면 세균이 49배로 늘어난다”라는 자극적인 문구는 TV 프로그램에서 특정 환경(밀폐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된 결과일 뿐, 곧바로 ‘냉동실=세균 증식의 온상’이라고 단정 지을 근거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냉동 상태는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밀폐 보관 및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국, 악취와 벌레를 막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 보관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일 수 있지만, 해동 후 다시 섭취하는 ‘재활용’ 식품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건강과 위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밀폐하고, 자주 버리고, 재섭취하지 않는 수칙만 지켜도 충분히 안전하게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 보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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